google-site-verification: google03c825fe17420052.html '삶/생각들' 카테고리의 글 목록 :: K의 지식창고

 

 

조금은 차가워진 바깥 온도, 창밖에는 정적을 메우는 귀뚜라미 소리 그리고 가끔가다 들리는 차 소리 뿐이다. 내일은 현철이형 결혼식. 인디애나에서 내게 정말 잘해준 고마운 형님이다. 대전에서 열리는 결혼식이라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알람을 맞췄다. 그런데 오늘은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평소처럼 생각없이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 해주는 동영상을 보다 잠들려고 했지만 오늘은 머리에 많은 생각들이 부유한다. 나의 뇌가 생각하는 공간이 있다면 그 안에 뿌연 안개가 잔뜩 낀 기분이다. 그 안개들은 대부분 20대의 끝자락의 위기의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나는 서른이 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20대의 끝자락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이 너무 많다. 또 앞서 나가는 대단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침대에 뒤척이며 갑자기 깨달은 사실 하나는 요즘 제대로 된 생각을 안하고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에 치여 살았고, 2주에 한번씩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러, 남은 시간은 친구들, 회사 동료들에게 반납하고 남은 시간을 쪼개어 취미나 운동을 하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느껴본 게 언제 였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나는 항상 조급한 사람이었다. 항상 계획하고 잘해야지 되뇌이며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예전에 본 영화 '클릭'에서 아담 샌들러가 우연히 얻은 만능 리모콘으로 빨리감기 버튼으로 인생을 살다가 자신이 왜 살이 쪘는지, 아들 딸이 어떻게 컸는지 조차 알 수 없어 슬퍼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인생을 음미하며 더 향기롭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항상 생각하지만 '적당히'라는 단어는 인생에서 가장 이루기 힘든 단어다.

 

 

 

 

의지하고 싶다. 항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주변에서 주입된 것인지 내 천성이 그런 것인지 아무튼 그것을 인생의 제 1의 가치관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며 항상 든든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업무 외에도 일주일에 3~4건 데이터 분석/엑셀 관련 동료들의 질문들을 해결해주고 회사 내 코딩 클럽에서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위해 고민을 한다. 가끔은 인정도 받아 으쓱해지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들이지만 조금은 지친다. 얼마전에 선우정아가 부른 '도망가자' 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 섬세한 울림 무엇이 슬펐는지 어떤 부분이 감동적이었는지 무엇 하나 알 수 없었지만 그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부끄럽지만 결혼식 때 그런 사람과 이 노래를 듣는다면 행복할 것 같다.

 

 

 

 

+ Recent posts